유럽배낭여행 [뮌헨 - 프라하] ㅏ 유럽배낭여행

2004.10.17. 日  

 

"passport, please~"

 

새벽 3시....

쿠셋 문을 열고 독일 국경경찰들이 여권검사를 하는데

뭐 특별히 다른 검사같은건 하지 않는다.

잠결에 부시시 일어나 여권을 보여주고는 다시 베개에 머리를 붙였다.

.....

 

커튼을 살짝 젖혀보니 열차는 깜깜한 어둠속을 여전히 달리고 있다.

 

'체코라...프라하....'

......

....

 

 

프라하의 아침

달리는 열차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흔들거리는 침대에 잤어도 기분은 너무 상쾌하다.

 

'이대로 계속 달려갔으면....'

 

차창밖으로 아침 안개가 옅게 깔린 체코의 풍경이 들어온다.

열어젖힌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잠을 깨운다.

"후아아암~~"

 

...

..

 

흘라브니 나드라지....

열차는 곧 프라하 중앙역 흘라브니 나드라지에 도착했다.

.....

 

8시 15분..

이른 시간이라 역내가 한산하다.

우선 배낭을 둘러메고 천천히 역 안을 서성거리면서 현지 적응부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약간 무거운데...여태까지 지나온 나라들과 뭔가 다르긴 다른 것 같다.

일단 제일 먼저 숙소를 정해야 하는데.....

여기는 속칭 '삐끼'들이 배낭을 멘 여행객들에게 연신 호객을 한다....후후 다르긴 다르네.

 

'으.....이거 왜 이래...'

공중전화가 또 말썽이다. 내가 갖고 있는 카드로는 안되는 모양이다.

매번 전화 걸 때마다 국가번호에 지역번호에....여간 헷갈리는게 아닌데

집으로 거는 국제전화보다 현지에서 현지로 거는 전화가 항상 말썽이다.

.....

 

뮌헨에서 같이 넘어온 누나들이 한참만에 겨우 민박집과 연락이 닿아 같이 움직일 수 있었다.

스산한 프라하의 아침은 아주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한눈에 봐도 무척 고풍스러우면서도....우수에 잠긴 듯이 약간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한때 소련과 같이 공산주의를 표방한 동구권 특유의....괜시리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바람이 정말 차다.

언제쯤 이 목도리를 풀 수 있을까?

.........

 

찬우 네

트램 타고 이렇게 오래 가 보기는 또 처음이다. 풍경이 아주 멋있다.

20분 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한국인 민박집.

프라하에서 꽤나 유명해 배낭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좋은 곳이다.

집이 꽤나 크다....

 

"어서들 와...이리 앉어~"

파마 머리를 한 왠 아저씨가 우리들을 맞이해 준다.

'저 아저씨가 주인인가? 설마 저 아저씨가 찬우는 아니겠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넓은 거실에는 곳곳에 촛불도 켜져있는게 분위기가 사뭇 고상하다.

......

후후....아저씨가 무척 특이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외모도 좀 특이한데다가 말투도 약간 우습고 정색하며 내던지는 농담이 어의없게 재밌다.

 

"늬들 아침 먹었냐?"

"아니오...."

"그래? 그럼 아침 줘야겠네....밥 줘도 되지? 밥밖에 없는데~"

"...!!!..."

"왜 싫어?"

"아니오~ 고맙습니다...어머 어머 밥이래~"

 

배낭여행객들에게 밥보다 더 좋은 아침이 어디있다고....아저씨 농담도 참....후후

파리를 떠난 이후로 아침에 밥먹기는 처음이다.

역시 밥이 최고다...

 

....

간만에 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워 행복한 우리들을 아저씨가 거실 테이블에 불러 모으더니...

수업을 하신단다....'프라하 수업'.

 

"내가 누구냐면.....우리 집사람하고 찬우 엄마하고 엄마가 같아....서로 엄마가 같단 말이야...

응....그래서 찬우가 나보고 '이모부~' 그래....응? 알겠지? 내가 누군지?...

어떤 애는 현관 들어오면서 '아저씨가 찬우에요?'하는 애들도 있는데....내가 찬우 아니야~"

"푸헤헤..."

 

독특한 자기 소개로 시작한 아저씨의 '수업'은 체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장대하게 이어진다.

.....

 

"여러분은 체코가 아주 골수 공산국가인양 알고 있는데 체코가 공산주의를 했던 기간은 20년밖에 되지 않아..

대신 체코는 현재 사회복지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어...여기 병원, 대학 모두 무료야....무료...

이사람들 국민소득 우리보다 낮아 그런데도 이게 다 무료란 말이야...."

.....

.....

"이쪽 동구권이 아주 위험한 곳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안 그래....

우리 나라 서울보다 여기가 훨씬 안전하다고....

전에 어떤 여자애가 밤에 들어오더니 막 화를 내더라고.....그래서 너 왜그러냐 그랬더니

하루 종일 혼자 돌아다녀도 건드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데....누가 좀 건드려 줬으면 해도 남자들이 쳐다도 안본데나..

그만큼 여기 사람들 성격이 참 순하다고.....미인도 많고...."

.....

.....

"체코가 배출한 유명한 음악가가 두 명 있어...누군지 알아?

여러분 '신세계교향곡'이라고 들어봤지....음악시간에 들어 봤을거야....그 곡을 만든 '드보르작'하고

'나의 조국'....그거 있잖아....다라라라 라라 이렇게 시작하는거...그 곡을 만든 '스메타나'가 있다고..

둘 다 체코의 유명한 음악가인데 조금 틀려....

이 사람들이 살던 시대가 체코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시대라고....

그래서 드보르작은 에라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다하고 미국으로 건너간거야....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가니까 미국 뉴욕 맨하탄이 눈 앞에 촥 펼쳐져.....말 그대로 신세계지..

그렇게 미국으로 건너간 드보르작이 여관 방에서 소주 한 잔 마시며 만든 곡이 바로 '신세계교향곡'이야...

반면 스메타나는.....프라하에 있으면서 조국의 고통에 가슴아파하며 살았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저기 볼타바 강가에서 소주를 마시며 만든 곡이 바로 '나의 조국'이라고...."

.....

.....

"명색이 대학생쯤 됐으면 뭔가 느끼고 생각하는 여행을 했으면 해...

대부분 어쩌는줄 알아? 한 손에는 카메라 들고 한 손에는 지도 들고 열심히 걸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열심히 지도 보고 찾아가서는 사진 찰칵찍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막 또 열심히 걸어가.....걸어가서는 또 사진 찰칵찍고....그게 끝이야..

그래....많이 보는 것도 좋고 사진 찍는 것도 좋고 쇼핑 하는 것도 다 좋아....

하지만.....

때로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도 가져보고

천천히 거리를 거닐면서 사색에 잠겨보기도 하는 그런 여행을 좀 했으면 해...."

 

.....

첫인상부터 어딘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음악하는 분이셨다.

체코 모라비안필하모닉 프로듀서란다.....

여행을 떠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 나라에 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한국인 민박집에 가도 간단한 루트 조언 정도만 들었지 이렇게 의식적인 조언을 듣지는 못했다.

뭐랄까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해야 할지.....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의식이 깨어있는 분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다.

마치 한 편의 훌륭한 강의를 들은 것 마냥 뒤통수가 찌릿하다.

 

'그래....여유와 생각이 있는 여행이라......여유....생각....의식....'

 

프라하 시내로..

파리를 떠난 이후로 처음 세탁기를 돌렸더니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다.

무겁다고 집에 두고 온 두꺼운 스웨터가 생각난다.

이 놈의 날씨 언제까지 이리 쌀쌀할런지...

트램을 타고 다시 프라하 시내로....

머리가 하얀 한 영감님이 차창으로 해가 비치면 눈을 지긋이 감고 해를 맞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독일어도 그렇지만 체코 말은 더 난감하다.

트램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은 알아듣는건 둘째 치고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내가 듣기에는 단어의 모든 끝은 '~스키' 로 끝나는 것 같다.

'ㅁㅁ스키', 'xx스키'......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체코는 무슨 언어를 쓰는지 모르겠다.....러시아어? 아님 체코어라고 따로 있을까?

 

아침에 흐릿했던 풍경들이 햇살을 받아 아주 선명해졌다.

강이며 산들이 아주 깨끗하고, 건물이며 거리가 아침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화사하고 생기있다.

 

...

강을 따라 달리던 트램이 천천히 시가지로 들어섰다.

...

프라하 시내 관광 첫 시작점은 바츨라프 광장의 '국립박물관'.

당분간 'ㅁㅁ관'에는 가고 싶지가 않기 때문에 그냥 겉모습만 보고 지나쳤다.

역시 어찌나 큰지 카메라에 전체 모습을 다 잡기가 쉽지 않다.

'어휴.....징그럽게도 크다.'

박물관 앞으로 쭉 뻗어 있는 '바츨라프 광장'...

프라하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볼거리는 구시가지에 다 몰려있고

여기 바츨라프 광장은 신시가지의 중심인 격이다.

광장이라기 보다는 무즈텍 광장까지 시원하게 뻗어 있는 대로라고 해야될 듯 싶다.

뻥 뚫린 대로와 양쪽으로 늘어선 건물들이 볼 만 하다.

바츨라프 광장을 따라 걸어내려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니

우리나라 상품을 파는 가게가 있어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 봤다.

'xx라면'도 팔고....과자도 판다.

'魚仔....어자...뭐지? 헷'

우뚝 솟아있는 벽돌 탑....

저게 화약탑인가?

화약탑이 이 근처에 있을 것 같긴 한데.....잘 모르겠다.

또 헛짚은건 아닌지....뭐 헛짚으면 또 어떤가...

이제는 꼭 어딜 가서 그걸 봐야겠다는 집착이 사라졌다...후후

찡찡...벨을 울리며 달리는 트램..

......

어...그러고 보니...여기는 아침에 우리가 역에서 걸어와 트램 탔던 곳이다.

여기가 거기였구나......

거리가 소박한 듯 하면서도 아주 이쁘다.

.....

 

터벅터벅 구시가지 광장을 향해서....

연두색이 눈에 띄는 이 건물은 모차르트와 관련된 건물이다.

모차르트의 무슨 작품을 초연했던 곳이라고 했는데 아까 아저씨에게 들은 설명을 벌써 까먹어 버렸다.

'아아....뭐더라..!!'

아무튼 모차르트가 프라하와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게됐다.

하긴 지금이야 오스트리아, 체코가 서로 다른 나라지만 모차르트가 살던 시절에는

이 일대가 모두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왕가의 영향 아래 있었으니 별반 놀랄 일도 아니다.

이 웃기는 광고...

애기 눈빛이 마음에 든다....후후

어딜가나 이런 벼룩시장에는 사람들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다.

작은 목각 인형부터, 엽서랑 사진, 축구 유니폼에....여기는 '네드베드'가 단연 인기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크게 새겨진 티셔츠도 인기상품이고 햄이랑 초콜렛도 판다.

....

 

벼룩시장을 지나 골목 안으로...

정교한 갑옷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가게는 특이하게도 중세 무기를 파는 가게..

갑옷이랑 커다란 방패며 말도 안되게 긴 칼도 팔고 있다. 특이해....

 

구시가지 쪽으로 접어들자 이런 고풍스런 분위기가 확연하다.

골목 구석구석에서 하나같이 중세풍의 옛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긴다.

 

구시가지 광장

구시가지 광장 청사앞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정각이면 구시가지 청사에 있는 '천문시계'가 작동한다.

엉겁결에 타이밍은 잘 맞춰 도착했는데.....왠 사람이 이리도 많은지...

"어어....움직인다..."

정각이 되자 시계에 매달려 있던 인형들이 삐걱삐걱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은 문이 열리면서 그 안에 있던 12사도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목각 인형의 팔이 흔들흔들 힘겹게 움직인다.

 

"허~"

사람들도 나처럼 뭔가 대단한걸 기대했는지, 인형들의 단순한 퍼포먼스가 끝나자

약간은 허탈하다는 듯한 탄성이 웃음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인형들 동작이 너무 단순하네.....

 

이것보다도 저기 종탑 위에 올라가는게 더 재밌겠다.

까마득한 종탑 위에 놀랍게도 사람들이 올라가서 손을 흔들어 댄다.....무지 높다...

광장 한 가운데로 걸어가면 두 개의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색깔에 지붕의 옥색이 아주 깔끔한 저 성당은 '성 미콜라스 성당'.

건물 뒤에서 광장을 굽어보고 있는 높다란 고딕양식의 저 성당은 '틴 성당'.

 

유럽은 어찌나 성당이 많은지....후후.....

책을 보면 한결같이 '누구누구가 언제 이러이러한 이유로 지은 무슨무슨 성당이다'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뭐 그런 내용도 알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성당 예배에나 한 번 참석해 보고 싶다.

성당 안을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의 차분한 소리와 의식의 경건한 분위기를 한 번 느껴보는게

서양 문화의 주축인 카톨릭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

민박집 아저씨가 소개해준 '얀 후스'의 기념비도 광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교회의 타락을 비판하다가 화형에 처해진 인물로 학장까지 지낸 아주 권위있는 분이셨단다.

 

........

광장 한 쪽에서 쇠를 두들기는 총각....

공예품을 만들어 팔고 있는데 폼은 좀 엉성하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날씨는 좀 쌀쌀하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에는 어김없이 사람들로 붐비게 마련이다.

노천 카페며 레스토랑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다들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

그틈에 끼어 나도 소시지가 들어간 빵을 들고 얀 후스 기념비 밑에 앉아 잠깐의 여유를 가져본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손 잡고 걷는 연인들...

내 옆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보는 한 친구....

 

프라하는 참 밝은 도시같다.

 

유대인 지구

구시가지 광장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유대인 지구.

어디나 마찬가지로 유대인들은 이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나보다....

사람들의 구박에 닫혀 버린 그들의 마음처럼 좁은 골목이 사뭇 스산하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곳곳에 유대인임을 나타내는 별모양의 문양이 눈에 띈다.

뭐 특별히 볼거라고는 '클라우덴 유대 교회당'과 '유대인 공동 묘지'가 있는데 아쉽게도 유료다.

공동묘지에는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데....뭔 묘지 입장하는데 돈을 다 받는지...

민박집 아저씨 말처럼 남의 조상 돈 내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관뒀다.

........

 

프라하의 전경

천천히 걷는다고 걸었는데 벌써 카를교랑 프라하 성만 빼고 꽤 많이 본 것 같다.

물론 날씨가 추워서 좀 성의 없이 보긴 했다....후후

찬 바람에 등을 떠밀려 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프라하 성으로 가야겠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일단 성이 강 건너편에 있으니까 이 다리를 건너가면 성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을거다.

 

'으.....역시 강바람은 차다.'

..... 

 

다리를 건너오긴 했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

언덕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니 프라하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워낙 평탄한 지형이라 그리 높지 않은 곳인데도 시야가 넓게 열린다.

'와~ 좋은데...'

'저기 카를교도 보이네....이 언덕 위로 계속 가면 성으로 가는 길이 있을 법도 한데....'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생각보다 도시가 아주 크다.

넓게 퍼진 스카이 라인 사이로 저 멀리 높은 빌딩도 몇 개 보이고...

도심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블타바강의 모습도 낯설지가 않다.

 

때마침 햇살에 반짝이는 블타바 강과 프라하의 지붕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

 

프라하 성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언덕 위 공원을 가로질러가니까 '벨베데레'와 '왕실 정원'이 나온다.

그러니까 프라하 성 후문 쪽으로 걸어온 셈이 된다.

......

길 한쪽에 가득 쌓여 있는 노란 낙엽들....

바스락....바스락....

.....

우연찮게 또 근위병 교대시간에 맞춰 성 후문에 도착했다.

이 추위에 꼼짝 안하고 저렇게 서 있으면 엄청 추울텐데....흐흐

프라하에서 가장 높은 첨탑을 세우고 있는 '성 비타 성당'.

프라하 성 한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이 장엄한 작품은 14세기 카를 4세 때부터 짓기 시작해

20세기에 들어서야 완성된 그야말로 '대작'이다.

유럽에 와서 몇 세기에 걸쳐 지어진 걸작들을 이미 몇 개 봤기 때문에 그 충격파는 다소 미약하지만

역시나 이런 건물을 대할 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수직 상승의 압박감과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이 성당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정말 놀랍다는 말 밖에......

서양 건축에서 사람을 압도하는 이런 장대한 스케일의 걸작이 탄생할 수 있게 만든

그 요인들이 무엇이었을지는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돌아가면 서양 건축사 책 좀 읽어야지 도저히 안 되겠다...'


......

정면에서는 아무리 각을 잡아도 카메라 뷰 파인더에 성당 전체가 다 들어오지 않는다.

구황궁을 지나 한참 걸어가야 겨우 성당 뒷모습이 얌전히 화면 한 가득 들어온다.

'참말로 크데이....'

 

현재 체코 대통령이 집무도 보는 프라하 성에서 적을 막아내던 격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프라하 성은 화려하거나 웅장하다기 보다는 그저 어느 도시의 차분한 길거리마냥 소박하다.

......

성에서 곧장 나와 연노란색이 이채로운 언덕길을 따라 내려간다.

원래는 이곳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오늘 완전히 반대로 움직였네....

언덕길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노점상들도 이제 하나 둘 자리를 접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 같다.

..........

 

프라하의 야경...

다시 카를 교를 오른쪽에 끼고 블타바 강을 건넜다.

어느덧 서쪽 하늘의 구름들이 자줏빛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해질녘의 프라하 성과 카를 교의 야경을 보려면 구시가지 쪽에서 봐야 제일 멋지단다.

카를 교와 프라하 성을 같이 보이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으면 바로 엽서 한 장이 된다는 민박집 아저씨의 말씀...

그나저나 내 사진기로는 야간 촬영이 정말 안되는데 큰일이다....쩝

........

천천히 블타바 강변을 거니는 사이에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져 갔다.

 

.......

드디어 카를 교....

여기가 그 유명한 카를 교다.

카를 4세의 이름을 따서 카를 교라 불리는 이 다리는 블타바 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14세기부터 지어진 다리니까 700년도 더 됐네....흠

.....

다리 위에는 듣던대로 사람들이 한 가득이다.

거리의 악사들....화가들....관광객들....

....

프라하 성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나 엽서를 파는 노점상들도 있고....

 

'참... 다리 중간에 소원을 들어주는 성상이 있다던데...'

 

다리 중간쯤에 이르니까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모여 막 만지는 뭔가가 있는데

저게 '성 요한 네포무크' 성상의 부조다.

부조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에

사람들 손길을 타서 사람들 손 닿는 곳은 아주 매끈매끈하게 닳아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또 소원 하나 안 빌어줄 수가 없지...

'음....중얼중얼 궁시렁 궁시렁....음음음.....'

....

노을이 지고 드디어 프라하 성에 조명이 들어오자 카를 교는 낭만의 다리가 된다.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부부...

난간에 기대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노란 가로등불빛 아래서 부드러운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

그리고 그틈에서 서성거리는 나....이런 후후

 

'백만불짜리 야경'이라는게 이런 걸까?

프라하의 야경 속에서 사람들은 다 아름다워진다.

파리의 야경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프라하의 야경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야경만으로는 파리의 야경이 더 멋지지만 카를 교의 낭만은 역시 백만불짜리가 틀림 없다.

...

 

사진기로는 가져갈 수 없고....

카를 교 난간에 올라 앉아 프라하 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기억해야지.....마음 속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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